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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01. 11. 겨울 솔투 - 영주, 무섬마을
    Motorcycle 2020. 1. 13. 00:32

    유독 고요히 지나간 연말과 새해맞이.

    아니, 정작 마음은 꽤 시끄러웠는데, 타의로 일 중독처럼 출근을 한 덕이라고 해야하나. 

    구렁이 담넘듯, 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도록, 그렇게 새해가 되었다. 

    그것도 만화에서나 보던 2020년이. 

     

    한동안은 맑은날 한파와 포근한 겨울비가 번갈아 계속 되었고, 

    이래저래 허니를 주차장에 모셔놓은지 2주. 

    드디어 비도 안오고, 출근도 안하는 토요일. 

     

    그 곳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한 그 순간부터 이미 길 위에 있었으니, 

    나서야겠지..?

     

    애들 털은 어쩔 수 없구나.. 혼자 나서도 늘 같이있는것 같은건 기분탓만은 아니야..

    보통은 당일 아침에 대충 짐을 싸는편인데,

    아니, 당일 투어라 어차피 몸만가도 되는건데,

    전날부터 굳이 싸는 가방. 

    혹시라도, 부득이하게 머물러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다음날 새벽 일찍 돌아오게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용인을 빠져나가는 어디쯤 주유소. 기름도, 당도, 체온도 떨어진 닝겐에게 필요한건, 뜨거운 카페인. 

    길을 짚어본다. 

    네비게이션 언니는 제천을 거쳐 단양으로 돌아가라고. 

    작년 단양 투어에서 지났던 임도같은 노면과 인적드문 산속 마을 길을 떠올리니 

    풍경은 탐나지만 빠르게 지날 자신이 없어진다. 

    이번 투어는 도착지, 그 자체가 목적인 날이니까, 과감하게 길과 경치는 접어두기로.

    대신 괴산과 문경, 예천을 거쳐 들어가는 길을 선택한다. 

    욕심 같아서는 돌아오는 길 예천에서 따수운 밥 한끼 먹고 리턴하고 싶은데, 

    여유부릴 시간이 있으려나. 

    몽글하고 따뜻했던 기억이 남은 동네. 

    그 기억이 미안함으로 끝났던 곳. 

    아직도 여전하려는지... 

     

    서둘러 옛 생각을 털고 다시 길위로. 

    오랜만의 솔투가 왜이리 묘하게 걱정스러운걸까. 

    한겨울 길이라 그런가보다, 그렇지만 날이 좋으니 괜찮아, 라고 안심시켜보지만, 

    지난 두어달, 누군가 앞에 있다는 안도감이 생각보다 컸었나보다. 

    같이였던 시간보다 혼자였던 시간이 훨씬 더 길었는데, 새삼. 

     

    혼자가 아니야, 남친이가 있잖아~ 오늘의 공격적인 엉덩이. 나를 지켜줘!

    여전한 라이딩 파트너. 

    추위에도 군말없이 붙어있는 튼튼한 남친이. 

    변함없는건 너뿐이구나. ㅋㅋㅋ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마지막 30km 가 어찌나 지치던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갈 무렵 드디어 도착한 무섬마을. 

    찬 공기와 바람에 머리가 어질할 정도였지만 해질무렵 도착한 무섬마을은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운치있는 곳. 

    외나무다리, 생각보다 건너기 무섭다. 덤덤하지만 든든하게 같이 건너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저 위를 걸어보니 생각보다 빠른 물살에 현기증이 났고, 

    롱부츠를 신고 걸으려니 중심잡기도 어렵고. 

    든든하게 잡아줄 따뜻한 손이 있다면 좋겠어, 라고 나도모르게 중얼거렸지만, 

    뭐, 여전히 혼자서, 씩씩하게. 

     

    물소리에 귀도 마음도 스르륵 놓아져 나무 데크위에 앉아 잠시 멍타임. 

    올해도 바꾸지 못한 헬멧. 머리와 마음에 꼭 맞는 새 물건을 찾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제작년 고산정이 그랬듯, 작년 만휴정이 그랬듯..

    무작정, 꼭, 이곳에 와야만 한다고 고집스럽게 나선 길. 

    아쉽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길위에서 찾고 털고 가다듬은 많은 생각과 마음. 

    그래, 그러니 그걸로 충분해. 

     

    선물같은 저녁풍경. 

    2020년 첫 투어, 

    영주, 무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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