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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SEP. 2013. in Berlin.
    TRAVER.COM/2013. Europe 2013. 9. 18. 17:13

    왜 뜬금없이 프랑크푸르트였을까..

    좋아하는 해변도, 따뜻한 날씨도 없고,

    캐리어는 제대로 끌고 다니기도 힘든 유럽여행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달랑 티켓 한 장. 

    무슨 생각이었을까..


    상상했던 것보다 독일의 날씨는 훨씬 더 쌀쌀했고 건조했으며, 

    간간히 내리쬐는 햇살만으로는 감당이 안될만큼의 회색빛  도시들. 

    크로아티아의 뽀송하고 맑은 날씨와는 상반되는,

    비오는 날조차 낭만적으로 만들던 그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 


    춥고, 외롭고, 막막하고, 비싸고, 짜고, 맛없고. 

    거의 패닉에 가까운 삼일여의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베를린에서

    나는 왜 여기에 이박 삼일이나 할애를 한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예약과 결제까지 끝낸 베를린의 숙소는 

    공항에서 급히 산 한국 여행책자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동쪽 부근. 

    얼른 이 곳을 떠나리라,  그리고 체코로 들어가면... 조금은 더 나아지겠지.

    이 정나미 않붙는 우중충한 나라. 


    그리고 오늘 아침, 

    이곳, 베를린은 비가 내린다. 

    집 주인 아주머니는 어디론가 출타중이고, 

    어제밤 근처 슈퍼에서 사온 바나나맛 우유를 먹으며 차를 끓인다. 

    천천히 둘러보는 거실과 부엌. 

    흐트러짐 없이 깔끔히 정리된 집. 

    누군가가 일상을 지내는 공간. 

    자그마한 발코니로 보이는 공동 정원과..

    역시나 가지런히 주차된 자전거들.


    문득 이 회색빛 일상이 좋아져버렸다. 

    무섭게 느껴졌던 동독 분위기 물씬나는 거리와 무국적스러운 동네 청소년들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낯설은 언어도..

    가을비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우중충함도..

    오히려 이 도시에서 가끔은 쌩뚱맞게 느껴지는 오래된 문화유산들보다..

    지금 여기, 그냥 흘러가는 이 시간이 문득 좋아져 버렸다. 



    ...나는 어쩌면.. 이곳의 일부가 되고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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